중국사회

‘유동인구 2억 3천만’, 중국의 잠재된 위기

차이나소식통 2012. 8. 17. 17:38

‘유동인구 2억 3천만’, 중국의 잠재된 위기

2012.08.17 16:49 입력

글/ 스핑(石平, 산케이 기고문)

 

[시사중국] 지난 6일, 중국의 각 언론들은 국가인구와 계획생육위원회가 정리한 ‘2012 중국 유동인구 발전 보고서’ 소식을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말 중국의 유동인구는 사상 최고인 2억3천만에 달했으며 그 중 80%는 농촌 호적을 갖고 있고 평균 연령은 28세로 조사됐다.

 

중국에서 말하는 ‘유동인구’란 요컨데 안정된 생활기반 없이 직장과 주거를 전전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 같은 엄청난 인구가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실은 확실히 놀랄 만한 ‘중국의 현실’이다. 이들 대부분은 농촌에서 도시로 흘러온 ‘농민공’이라는 것은 상술한 ‘80%가 농촌 호적’이라는 숫자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금까지 그만큼 많은 ‘농민공’이 배출된 것은 중국의 고도성장을 지지해 온 수출 급성장과 지속적인 고정자산 투자 확대 때문이었다. 연안 지역 수출을 위한 가공산업이 번창하면서 내륙의 농촌 출신 젊은이들이 대량으로 ‘집단취직’을 한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 투자나 공공사업 투자가 번성했을 때도 농민공 대부분이 건설 현장 노동력으로 흡수됐다. 즉, 고도성장이 지속되는 동안은 농민공이 ‘유동인구’가 되어도 도시지역에서 어떻게든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2011년 후반부터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중국의 생산비용 상승 때문에 중국의 대외 수출이 큰폭으로 감소했으며 금융긴축 속에서 공공사업 투자가 격감했다. 게다가 부동산 버블 붕괴가 시작되면서 전국적인 ‘대공사 붐’은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그 결과 많은 농민공들이 수출산업과 건설현장에서 ‘잉여 노동력’으로 전락하는 처지가 됐다.

 

중국 언론들은 지난 7월부터 중국의 연안 지역에서 기업 도산과 정리해고 폭풍이 거세지는 가운데, 실직한 농민공들의 ‘귀향 러쉬’가 시작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는 확실히 농민공들의 어려운 상황을 잘 나타낸다.

도시지역에서 실직해 귀향할 수 있다면 아직 좋은 편이다. ‘보고서’에서 나타나듯이 현재 농민공들의 평균 연령은 28세로 20대가 대부분이다. 말하자면 이들 ‘농민공 2세’들의 상당수는 실은 도시지역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이미 ‘농민’과 거리가 멀다. 그들이 이제 와서 농촌으로 돌아가도 경작할 농지가 없고 농사일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이미 ‘귀향’해야 할 ‘고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농촌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도시지역에 머물러도 취직할 수 없는 이들의 존재는 당연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그 인원이 억 단위에 이르면 그야말로 정권에 있어서는 몹시 ‘불안정한 위험요소’가 된다. 중국공산당 중앙당교가 발행하는 ‘학습시보’ 8월 6일호는 “신세대 농민공의 집단적 초조감에 주목하라”라는 원고를 게재해 “신세대 농민공들의 초조감이 집단적 분노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라고 경고했는데 확실히 이 문제에 대한 정권의 위기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역사상 농촌지역에서 생활 기반을 잃어 도시지역으로 몰려드는 ‘유랑민’의 존재는 항상 왕조에 큰 위협이 됐다. 갈 곳 잃은 유랑민의 폭발은 언제나 왕조 붕괴의 발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현 중국공산당 정권은 과연 이 억 단위의 ‘현대판 유랑민’의 ‘집단적 분노’의 폭발을 막아낼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천하를 뒤흔드는 대란이 가까운 시기에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 스핑 프로필: 1962년 중국 쓰촨성 태생. 베이징대 철학부졸. 88년 일본 방문해 고베대학 대학원 문화학연구과 박사 과정 수료. 민간 연구기관을 거쳐 평론가로 활동. ‘나는 마오쩌둥의 작은 전사였다’ 등 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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