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취제 귀국자들, 어떻게 지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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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2.17 02:57 입력
고물가에 벌어온 돈 있어도 불안
낮은 월급 수준에 재입국만 고대
5년간 창업 준비해 성공한 사례도
[시사중국] 한국 방문취업제 정책의 첫 수혜자들이 최근 잇따라 귀국하고 있다. 2007년 3월 도입된 방취제 비자의 한국 체류기한 4년 10개월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심양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지금까지 방문취업제로 한국에 취업한 조선족은 30만 3천여명, 올해 연말까지 비자만료로 7만여명이 귀국하게 된다. 5년전 이들 방취자들에게 똑같은 기회가 주어졌다. 돈 벌고 돌아와 잘살아 보겠다던 방문취업 조선족들의 귀국후 모습을 알아보았다.
치솟는 물가에 충격
지난 11월초 귀국한 연길시의 리화(45세)씨는 중국의 치솟는 물가에 놀랐다고 말했다. 얼마전 시장에 나가 소고기며 야채들을 조금씩 사왔는데 100원짜리를 순식간에 써버렸다.
과거에는 못살아도 소고기 한번쯤 먹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니였는데 지금은 한근에 28원이나 하니 선뜻 사먹기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과 같은 상황이 중국에서도 시작된 것 같다고 그녀는 말했다.
잔치요, 생일이요 하는 부조도 만만치 않다. 물가 상승과 함께 부조 돈도 올라 전에는 100원이면 대부분 체면이 섰지만 지금은 좀 가까운 사이라면 200원도 내놓기 민망하더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연길시 신축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리화씨는 연길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알아보는 중인데 역시 충격적이라고 했다. 지난 2010년 한국에서 체류기한 3년이 차서 부득이 한번 귀국한 것을 빼고는 근 5년을 한국에서 별별 일을 다 해가면서 돈을 모았지만 아파트 한 채 장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2007년 출국 당시에만 해도 진달래 광장 인근의 70~80평짜리 괜찮은 층수의 아파트도 20만원이면 충분히 구입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연길시 외곽 아파트도 평당 4천원을 호가한다. 때문에 한국에서 5년간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돈을 모아도 60~70평짜리 소형 아파트조차 사기 어렵다.
리화씨는 1년에 한화 1천만원씩 총 5천만원을 모았는데 최근 환율도 곤두박질해 인민폐로 환전하면 30만원도 채 안 된다. 리화씨는 특히 이런 고물가 시대에 벌지는 못하고 한국에서 벌어온 돈을 소비만 하면서 살자니 하루하루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안착하지 못하고 한국 재입국만 기다려
지난 10월 한국에서 귀국한 정씨(46)는 “귀국후 1년이 지나야 비자를 다시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면서 “그동안 허송세월하기 아까워서 일이라도 찾아보려고 했는데 일자리는 있어도 눈에 차지 않아 못하겠더라”라고 말했다.
고향이 화룡시 농촌인 정씨는 2007년에 방문취업 비자가 나오자 농지를 모두 양도하고 한국에 갔다. 3년후 아내도 전산추첨에 당첨돼 한국에 가게 되면서 남은 농지와 집을 모두 처분했다. 다시는 농촌으로 돌아가지 않을 작정을 한 것이다.
때문에 현재 정씨는 마땅히 있을 곳도 없어 잠시 화룡 시가지에서 세집을 얻어 생활하면서 1년후 비자가 재발급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한국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던 습관이 몸에 배어 일자리를 두루 알아봤지만 한국에서 받던 보수와 비교하니 할만한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 정씨는 동네 활동실에 나가 마작 치는 사람들 틈에 끼여 푼돈내기 마작놀이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국에서 귀국한 사람들 중에는 정씨와 같은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에서는 고되고 어지러운 일이라도 높은 급여를 보고 감내했지만 고향에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 중 일부는 유흥가에 발길을 돌리거나 현실에 안착하지 못하는 등 방취제 귀국자들 사이에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서부터 귀국후 취업과 창업 대비해야
지난 7월 연길시 안이비인후과병원 옆 골목에 왕가옥 불고기집을 오픈한 한운광(38), 김초연(32) 부부 역시 방취제로 일했다가 귀국했다.
이들은 한국에 있을 때부터 귀국후를 대비해 창업에 필요한 자금을 잘 모아뒀을 뿐만 아니라 창업에 가장 필요한 기술과 능력을 몸으로 익혀왔기 때문에 고향에 돌아온 후 여느 방취자들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들 부부는 한국에서 만나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창업의 필요성과 긴박성을 느꼈다. 한씨에 따르면 처음엔 한국에서 단순히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마음이 급급해서 마른일 궂은일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그런데 문득 언젠가는 귀국해서 살아야 할 날들이 더 많다고 생각하고는 돈벌이에 집착하기보다는 귀국후 창업에 필요한 재간을 익히는 것이 더 바람직한 한국생활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씨는 당시 높은 로임을 받으면서 일했던 한국의 유명 무대제작회사에서 무대제작 기술을 배워 귀국후 창업하려 계획했다. 그러나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경쟁력이 심해 창업이 힘든 등 점을 고려해 과감히 회사에서 나와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식당 기술을 배우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하여 2007년 방문취업비자를 받은후 한씨는 경상남도 창원의 한 불고기집에서 설거지 청소 등 허드렛일부터 배우면서 음식점 창업에 필요한 것들을 자세히 익혀나갔다. 귀국후 창업을 염두에 두고 열심히 배웠기 때문에 얼마 안가서 한씨는 여러 음식점들에서 탐낼 만큼 유능해졌다.
2012년 5월에 귀국하기 전까지 한씨는 한국에서 폐업 직전의 한 식당을 한국인과 동업으로 시작해 성공시킬 만큼 능력을 키웠다. 한국에서 잘 나가는 음식점을 접고 귀국하게 된 것은 아이가 7살이 되어 학교 갈 나이가 된데다가 방취제 비자도 만료되었고 귀국후 창업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확실히 실력 있는 한씨 부부가 경영하는 왕가옥불고기집은 다른 불고기집과 다른 독특한 맛과 매력이 있어 찾아오는 손님들마다 연길에서 으뜸가는 불고기맛이라고 아낌없이 엄지손가락을 내밀고 있다. 맛은 물론 건강까지도 고려하는 독특한 음식점 경영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한씨 부부는 자신에 넘쳤다.
“방문취업으로 한국에 간 많은 조선족들은 한국에서 근시안적으로 돈벌이에만 매달려있는데 좀 더 멀리 내다보고 귀국 후에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나 재간들을 배워오는 것도 바람직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한운광 김초연 부부가 수많은 방취자들에게 주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다.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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