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뉴스

“같은 조선족이라도 다 같지 않아”

차이나소식통 2013. 1. 28. 20:05

“같은 조선족이라도 다 같지 않아”
2013.01.27 02:44 입력

글로벌 시대, 변화하는 동포 정체성

개개인을 보고 판단하는 정책 필요


[시사중국] 같은 조선족이라고 사람마다 비슷할까? 한국 연합뉴스는 최근 급속한 글로벌화(全球化)와 기술의 발달로 전통적인 국경의 의미가 약화됐고 재외동포의 정체성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즉, 동포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정체성을 국적만을 갖고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국경 없는 시대, 개인별 큰 차이


중국 지린(吉林)성 출신의 조선족 A씨는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현지 기업에 취직했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에 모두 능통한 그는 국적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동아시아인”이라고 말한다.


식민지와 전쟁을 거치며 타국으로 내몰린 예전의 동포들은 한국인으로 살 것인지, 현지인으로 살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암묵적으로 강요받았다. 한번 고국을 떠나면 어쩔 수 없이 고국과 단절된 삶을 살아야 했기에 장시간 모국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그러나 자본, 지식, 문화 등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시대에서는 민족과 국가의 개념이 약화하고 있고 국적의 개념 역시 유연해지고 있다. 한 개인에게 한 국가의 정체성만을 요구하는 통념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윤인진 고려대 교수는 “과거에는 동포들이 거주국에 동화하느냐, 아니면 모국의 문화를 유지하느냐는 것이 양립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면 지금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며 “동포들의 정체성이 다중화하고 유연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외동포재단의 김봉섭 조사연구팀장은 “자국·자민족 중심의 폐쇄적 민주주의가 수난을 당하고 있는 ‘열린 사회’에서는 동포들의 정체성도 달라지고 있다”며 “국가와 민족 단위에서가 아니라 개개인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동포를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대 변화에 맞는 정책 수립 필요


이러한 시대 환경과 동포 정체성의 변화는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인식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가=민족=국적’의 등식이 깨지면서 동포의 다중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해진 것이다.


실제로 2010년부터 복수국적이 허용된 데 이어 점차 그 대상이 확대되고 있고, 올해부터 처음으로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이 주어지는 등 일련의 정책 변화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재외동포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능동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동포정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재외동포에 대한 포용 정책을 표방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재외동포 정책 기조는 동포의 현지화와 모국과의 유대 강화라는 기본 방향을 유지해왔다. 윤인진 교수는 “재외동포 정책이 여전히 국민국가나 민족의 프레임에 갇혀 있어 포스트 모던한 재외한인의 정체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구홍 해외교포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질적으로 정부의 교포 관련 정책은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했다”면서 “재외국민 참정권도 교포 지위를 반영했다기보다는 정치적인 논리에 따른 것이며 왕래 정책도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이사장은 이어 “재외동포가 짐이 아니라 자산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포용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책 입안자의 인식과 더불어 일반 국민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아직까지 국민정서상 복수국적자를 모국과 거주국의 혜택을 동시에 누리는 기회주의자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윤 교수는 “일부 특권층이 복수국적을 이용해 이익만 추구하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우려 때문에 많은 국민이 복수국적에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는 동시에 복수국적을 확대해 소중한 동포 자원을 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