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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간병인을 대령할까요?”

차이나소식통 2012. 8. 31. 09:56

“로봇 간병인을 대령할까요?”
2012.08.29 18:37 입력

[시사중국] 몇 달 전 뜻하지 않게 병원 신세를 졌다. 서울 신촌에 있는 병원에 2주가량 입원해 있는 동안 집사람이 고생했다. 병실을 둘러보니 간병은 크게 두 부류다. 나처럼 가족(대부분 배우자)이 돌보거나 간병인에게 맡기거나. 나야 집사람이 무료봉사했지만 간병인을 둔 이들은 간병비로 하루 약 7만원을 부담한다. 열흘이면 70만원이니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러나 딱히 환자를 돌봐줄 형편이 안 되면 간병인을 둘 수밖에 없다.


간병인 중에는 중국동포들이 많다. 작년 가을 아버지가 인천의 한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간병인 셋을 썼는데 처음에 한국인 두 분, 나중에 중국동포를 썼다. 일하는 솜씨나 열성으로 볼 때 중국동포 아주머니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킨 것도 자식이 아니라 그 아주머니였다. 나는 다음날 아침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갔을 뿐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간병로봇 이용료를 공적보험에서 지원하기로 했단다. 로봇왕국인 일본에선 꽤 오래전부터 로봇을 이용한 간병이 이뤄져 왔다. 환자를 들어 휠체어에 옮기는 로봇도 있고 고령자의 보행을 돕는 로봇도 있다. 식사를 돕는 '마이스푼'은 음식을 자동으로 입에 넣어준다. 간병로봇은 이용료가 비싼 게 흠이었으나 공적보험이 90%까지 보조하기로 했다니 곧 일본에 간병로봇 전성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올해 미국에선 호스피스 로봇도 개발됐다. ‘임종 로봇’으로 이름 붙여진 이 로봇은 말기암 환자 등 죽음을 앞둔 이들의 마지막 순간까지 팔을 쓰다듬으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우리나라 주요 병원엔 수술용 로봇은 있어도 간병용 로봇은 아직 없는 듯하다. 하지만 일본의 뒤를 바싹 쫓는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우리도 병원·요양원에서 간병로봇과 마주칠 날이 멀지 않았다.


간병로봇은 24시간 잠 안 자고 환자를 보살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힘들다, 더럽다 불평도 없다. 그렇지만 환자와 간병인 간의 미세한 휴먼 터치는 생략된다. 간병인과 환자 가족 간의 잡다한 정보 교류도 차단된다. 장차 환자들은 이같은 장단점을 고려해서 간병인 또는 간병로봇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로봇이 간병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면 간병인들은 어떻게 되나. 일자리 하나가 아쉬운 판인데.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