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매체들, 침묵 깨고 美대사관 맹비난 ‘왜’
- 中매체들, 침묵 깨고 美대사관 맹비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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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5.08 16:01 입력
![]() ▲중국 인터넷 화제의 풍자 사진. 얼핏 로크 대사를 비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팻말에 적힌 죄목을 보면 오히려 로크 대사의 청렴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던 사건들이 적혀 있다. |
[시사중국] 천광청(陳光誠) 변호사 사건과 관련해 당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중국 관영 매체들이 지난 4일부터 일제히 미국 대사관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베이징일보(北京日報), 경화시보(京華時報), 신경보(新京報), 베이징청년보(北京靑年報) 등 베이징 선전부의 관리 하에 있는 일간지 및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베이징의 미 대사관에 대해 ‘졸렬’ ‘음모’ ‘연극’ 같은 단어들을 사용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베이징청년보는 게리 로크 대사를 집중 공격하면서, 그가 외교관으로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규칙과 도리도 지키지 못했으며 자신의 본분을 초월해 활동하면서 쇼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베이징일보는 미 대사관이 천광청 사건에서 음험하고 당당하지 못했다고 비난했으며 천광청은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고 평가 절하했다. 또 경화시보는 미국이 좋지 않은 목적을 품고 연극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미 대사관이 천광청을 받아들여 스스로 고민거리를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이밖에 리자오싱(李肇星) 전 외교부장의 조카딸 친펑(秦楓)은 트위터에 로크 장관이 “대사관에 얌전하게 있을 것이지” 파란을 일으켰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우처럼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한 외교관을 추방할 수 있는 외교적인 규정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경보는 이튿날 웨이보(微博)를 통해 전날 올린 비판 논평에 대해 우회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힌 듯한 게시물을 올려 즉시 큰 주목 받았다. 신경보는 외롭게 홀로 서서 담배를 피고 있는 어릿광대 흑백 사진과 함께 “조용한 밤을 빌려 마음에 없는 말을 하게 했던 가면을 벗고 진실한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베이징 관영 언론들의 갑작스런 비난 공세는 3가지로 해석이 되고 있다. 하나는, 천광청이 미국으로 떠나게 되면서 중국 당국이 구겨진 체면을 만회하기 위해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천광청이 중국에 남아 있게 되면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치열하게 권력투쟁 중인 저우융캉(周永康)의 측근 리창춘(李長春)이 언론매체를 통해 후진타오 주석과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중국과 미국 정부를 난감하게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9명의 중공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인 리창춘은 언론과 선전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중국 인터넷에서는 로크 대사를 비판한 중국 언론들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로크 대사가 문화혁명 때 정치범들처럼 무릎 꿇고 있어 얼핏 보면 로크 대사를 비판하는 목적처럼 보이지만 팻말에 적힌 죄목을 보면 오히려 로크 대사가 중국에서 청렴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화제를 낳았던 사건들이 적혀 있다.
각각 ‘이코노미석 이용’ ‘짐 가방 직접 짊어지기’ ‘쿠폰으로 커피 사기’ 라고 적힌 죄목은, 로크 대사가 중국으로 올 때 비행기에서 저렴한 이코노미석을 이용했고 무거운 짐 가방을 직접 메고 있었으며 스타벅스에서 쿠폰으로 커피를 사서 마신 일화를 가리킨다.
합성 사진 밑에는 “탐오부패만이 로크 대사의 유일한 살길”이라고 씌어 있어 풍자적인 의미를 더했다. 이는 중국에서는 오히려 청렴한 관리들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흑백전도 현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