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험사들, 조선족 사회에 눈돌려
- 한국 보험사들, 조선족 사회에 눈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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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0.29 20:46 입력
산재위험 높은 직업 많아 수요 높아
조선족 상담사 채용해 보험가입 설득
“옆집 조선족 식당에 손님이 음식 먹다 체했다고 배상을 청구했잖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니까.”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중국어 간판이 즐비한 외국인 밀집 지역. ‘허씨정통 중경마라썅궈’라는 간판의 사천요리 식당에 18일 오후 보험설계사와 식당 주인이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보험을 팔려는 설계사도, 알아보려는 고객도 조선족이다. 설계사 백정옥(43)씨와 식당 주인 허홍천(29)씨는 한 모임에서 지난 5월 만났다.
2010년 이후 급증하고 있는 한국내 외국인의 수가 14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보험업계에서 ‘블루오션(미개척지)’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내 가구당 보험 가입률이 96%에 이르는 상황과 대조적으로 보험 미가입자가 다수인데다, 상해나 질병의 위험이 높아 공략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140만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78만명이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국적자다. 삼성화재는 지난 9월 외국인 전담 설계사 39명을 선발하고 영어·중국어·일본어가 가능한 콜센터 상담원을 배치하는 등 ‘외국인 전용 보험상담 서비스’를 업계 처음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보험 영업을 시작한 백씨는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가 속한 삼성화재 시화지점의 설계사 53명 중 8명은 중국동포 출신이다. 모두 30대 후반에서 40대 여성으로 2009년 들어 설계사도, 고객도 증가 추세다.
조선족 백씨는 보험상담을 시작한 지 1년 사이 20명의 고객을 확보했는데 대부분 조선족이다. 동네 조선족들 사이에서 ‘보험하는 동포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중국음식점 주방장부터 배달원, 공장 직원, 일용직 노동자 등 다양하다.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연금보험 등을 팔았다. 한국 생활 1년차, 260만원의 월급을 받는 주방장(43)에게는 월 16만원짜리 보험을 안내했다. “타국에서 험한 일 하다 다쳤을 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더 큰일”이라고 설명했다.
단기 체류 많아 애로사항도 커
보험 가입에 한국인과 차이는 없지만 어려움은 적잖다. 가장 큰 고민은 ‘납입 기간’이다. 3년 단위로 계속 연장이 가능한 재외동포(F4) 비자 획득, 한국인과의 결혼 등으로 장기 거주가 보장된 이들도 있지만 다수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5년 안쪽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가입기간이 짧을수록 월 보험료는 비싸 부담이 된다. 삼성화재 영업개발파트 임승정 차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보장형보다 환급형을 선호하고, 단기 가입으로 한국에 있는 동안 보장받고 만기 뒤 환급금을 받아가길 선호한다”고 말했다. 내년에 1만~2만원대의 저렴한 실손 단독 보험이 출시되면 이들의 가입이 더 늘 거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도 고민거리다. 정보 부족이나 비용의 문제로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외국인 고객이 많은데, 이 경우 실제 지급한 치료비의 40%밖에 보상받지 못한다. 국민건강보험 가입 방법을 안내하고, 월별 납입료를 따져 가입 여부를 선택하게 설명하는 것도 설계사의 몫이다.
무엇보다, 보험에 대한 신뢰나 인식이 부족한 경우 설명하는 게 쉽지 않다. 백씨는 “중국에서는 아직 보험이 뭔지, 왜 가입해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내가 몇 달씩 돈을 냈는데 나중에 보장받는다는 걸 어떻게 믿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