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논평

‘부패’로 단결하는 中공산당

차이나소식통 2012. 4. 26. 15:01

‘부패’로 단결하는 中공산당

2012.04.26 12:15 입력
▲보시라이 사건의 흐름을 뒤집은 원자바오 총리

글/ 도리 이다미(鳥居民 중국현대사연구가, 산케이 기고문)

 

[시사중국] 중국인들은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측근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부패로 단결을 바꾼다’고 평가해왔다. 당 최고지도부뿐만 아니라 하부 당조직에서도 당연히 이 같은 현상을 찾아 볼 수 있다.


보시라이 사건으로 깨진 룰


약 3개월 전인 지난 2월 6일 저녁,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부시장이 청두(成都) 소재 미국 총영사관으로 피신했다. 그는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충칭시 1인자인 보시라이(薄熙來) 당서기의 오른팔이었다. 보시라이와 왕리쥔은 모두 부패할 대로 부패했기 때문에 ‘단결’해야 했지만 일이 뒤틀렸다.


보시라이 실각에 대해 필자는 3월 26일자 본란에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중앙기율감사위원회 서기인 허궈창(賀國强)이 보시라이와 왕리쥔이 반목하게 했다고 기술했다. 한번 더 복습하자.


보시라이는 허궈창의 부하가 자신 주변에서 냄새를 맡으면서 맴돌고 있는 것을 눈치 채고 1999년-2002년 충칭시 서기였던 허궈창의 과거를 조사해 ‘부패로 단결을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허궈창은 청렴하기로 소문난 인물로 보시라이가 허궈창과 ‘단결’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해 낼 수 없었던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허궈창은 오히려 10년 전 충칭에 있을 당시의 측근 여러 명으로부터 보시라이가 적절한 법 절차를 밟지 않고 일가족을 체포하고 재산을 몰수했다는 등 눈물의 하소연을 들었다. 그후 허궈창 등이 보시라이-왕리쥔 두 사람을 반목 시키는 것에 성공하고, 왕리쥔이 미 총영사관에 진입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보시라이가 숨겨온 죄악들이 곧 밝혀질 것으로 예상됐다.


레이펑 정신으로 은폐 시도?


그런데 그 후 2주일 정도 지난 2월 23일, ‘레이펑(雷峰)정신’을 고취하는 기사가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 실렸다. 레이펑은 철저한 자기희생 정신을 갖고 있는 모범 군인으로 21세 때 사고로 사망했다. 대약진운동의 실패에 이어 사회도덕이 와해해 버리자 마오쩌둥이 시작한 것이 레이펑 따라잡기 캠페인이었다. 그때부터 반세기가 흘렀다.


보시라이의 ‘붉은 도시’ 충칭에서도 홍보된 적이 없었는데, 왜 하필 ‘레이펑 정신’인가라는 의문을 갖는 독자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민일보는 마오쩌둥, 장쩌민, 후진타오 등 역대 지도자들이 레이펑을 칭찬하는 발언을 했던 날짜를 자세히 나열해 보였다. 캠페인은 연일 계속됐고 3월 2일자 인민일보는, 1면의 반을 할애해 ‘레이펑 정신’을 고취는 사설을 게재했다.


이날, 왕리쥔 사건은 ‘개별적인 사건’이라고 하는 중국외교부 대변인 발표가 있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통해서 울려 퍼진 레이펑 찬가는 사실상 보시라이가 충칭에 몰고 온 마오쩌둥 시대를 찬미하는 대중운동을 시인하는 것이었다.


뭔가 깔끔하지 못한 부분은 있었던 것 같지만 보시라이의 명예와 실적에 어떤 상처도 없다는 것을 표시하려는 시도였다. ‘단결’이 제일, ‘안정’이 전부라는 주장이 당중앙 다수의 수긍을 얻었을 것이고 그래서 은폐하려 했을 것이다.


고집으로 흐름 뒤집은 원자바오


하지만 이변이 생겼다. 10여일 후인 3월 14일, 양회 폐막식에서 원자바오 총리의 연례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원 총리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문화대혁명의 착오와 봉건적인 영향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충칭모델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그것이 중국모델이 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원 총리의 솔직한 의사 표시였다. 원 총리는 또한 “충칭시 당위원회는 깊이 반성하고, 왕리쥔 사건의 교훈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 그리고 원자바오 총리 3사람이 핵심이 된 정치국 상무위원회 토론회에서 보시라이의 해임이 이미 결정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20여일 후인 4월 9일 발간된 공산당 이론잡지 ‘추스(求是)’에는 원자바오 총리의 기고문이 게재됐다. 원 총리는 “중국 공산당의 최대 위기는 부패”라고 역설하며 “법의 존엄과 권한을 유린해선 안 된다” “법을 무시해도 되는 특별한 시민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권력은 태양아래에서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4월 10일, 중국 국영TV는 보시라이가 당정치국 위원직에서 정직됐고 부인은 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 살인 사건만은 매장해야 한다고 말한 당 최고간부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았던 것은 원 총리가 후 주석의 지지를 얻어 전부 제압했기 때문일 것이다.


알고 있다시피 원 총리는 정치 및 경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는 ‘부패로 단결을 바꾸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올가을 당대표대회 때까지 원 총리가 타파하려고 결심하고 있는 것도 바로 당내의 이 같은 약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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